<선두동산 목회칼럼>

 

곽수관 목사

 

 지난 9월 17일(월) 교단 총회 참석을 위해 천안으로 가는 길에 가벼운 마음으로 들렀던 병원... 내시경 예약을 하러 갔던 길에 의사로부터 “복부 대동맥 혈관이 많이 부풀어 있어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한 주간 동안의 총회를 마치고 다음 주간 CT촬영을 하고 두 분의 혈관 전문의가 동일한 진단을 내렸습니다. <복부대동맥류>라는 처음 듣는 진단이었습니다. 직경 2cm 정도가 정상인 대동맥 혈관이 5cm 정도로 부풀어 있고 혈관으로서의 탄력성을 상실하여 언제든 대동맥 파열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일어나니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건강하다고 생각하여 힘차게 달려 왔던 터라 큰 충격을 받았지만, 곧이어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게 되었습니다. 복부대동맥류는 원인도 분명치 않고 치료하거나 진행을 완화시킬 약도 없으니 지켜보다가 더 이상 놔둘 수 없을 때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는데, 저는 그동안은 아무 것도 모른 채 힘차게 지내왔고 발견하고 보니 수술해야 할 때가 된 것이었습니다. 심장이 부풀었다면 정말 큰 일인데 혈관이라서 수술을 통해 인조혈관으로 교체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고대 교수로 계시는 동서 형님의 소개로 좋은 의사와 연결된 것도 감사했습니다. 몇 가지 검사를 받고 오는 28일 교회의 공동의회를 마친 후, 29일(월) 입원하여 31일(수) 수술을 받기로 예약을 했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수술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는 장로님들의 강력한 권고를 듣고 다시 병원과 협의를 했으나 의사가 2주 동안 해외 출장 스케줄이 있어 더 빨리 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갑작스런 소식으로 성도님들에게 놀라움과 걱정을 끼쳐 드리게 되어 매우 송구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염려나 두려움보다는 큰 기대와 감사한 마음으로 참 행복합니다. 하늘의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시고 살아가는 자녀의 든든함, 지난 5년 4개월 동안 쉬임없이 달려왔던 사역을 강제로라도 잠시 쉬면서 왔던 길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기쁨, 뭔가 새로운 일을 계획하시고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을 향한 기대, 시련을 통해 더 놀라운 은혜와 축복을 예비하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는 설레임, “이는 내가 약한 그때에 강함이라”(고후12:10) 하셨던 바울의 고백처럼 나의 연약함을 통해 하나님의 강하심을 나타내시고, 모든 것을 통하여 영광을 받으시고 합력하여 교회를 유익하게 하실 주님에 대한 즐거운 신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팔뚝만한 시한폭탄을 배에 품고 있지만 이 행복함으로 맑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찬양하게 하시는 하나님은 참 좋으신 분이십니다!
 점점 서 있으면 힘이 들고 앉아 있으면 압박감으로 불편해지는 육신을 보면서 더 겸손하게 낮추시는 전능자의 손길을 느낍니다. 하나님께서 앞서 행하시기를 원했지만 내가 너무 앞섰던 것은 아닌지 회개하면서도 내게도 주님을 위한 고난의 흔적이 늘어가는 것이 영광스럽습니다. 주일오후 4시 30분과 7시, 그리고 목요일 저녁의 제자반들을 임시 방학을 하고, 급하지 않은 심방들은 뒤로 미루면서, 좀더 하나님 앞으로 가까이 나아가는 시간들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치유를 믿습니다. 처음에 29일로 입원 날짜를 잡았던 것은 수술 전 3주 동안의 기도의 시간을 갖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하나님의 기적적인 치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의사의 손길과 수술도 하나님께서 치유하시는 또 다른 방법임을 믿습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26:39)-- 주님의 겟세마네의 기도가 우리의 기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살든지 죽든지 저의 모든 것을 통해 아버지께서 영광을 받으시기를 원하며, 교회와 성도님들께 유익이 되기를 소원합니다. 저 때문에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특별새벽기도회에 많은 분들이 동참하셔서 간절한 눈물로 자녀와 가정과 교회와 나라를 축복하는 모습이 너무나 감사합니다. 우리 삶의 고난과 문제들이 우리를 더욱 하나님 앞에 엎드리게 하고 전심으로 회개하며 그분을 바라보게 한다면, 그 모든 것들은 반드시 합력하여 선을 이루며 우리에게 큰 은혜와 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