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관 목사

 

 성경을 떠나 깜깜한 암흑 속에 있었던 중세 로마카톨릭교회와 싸워 올바른 하나님의 교회를 회복하기 위한 개신교(Protestant) 운동은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비텐베르크 성당의 정문에 붙인 것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곳곳에서 타락한 교회에 대한 반성과 비판이 일어나고 있던 터라 로마카톨릭에 저항하는 개혁운동은 요원의 불길처럼 전유럽에 순식간에 퍼져 나가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운동은 사실 교회개혁운동이었던 것입니다.
 루터는 1483년 11월 10일 독일에서 소작농이었다가 동제련소로 자수성가한 평범한 부모 밑에 태어났습니다. 부모는 그를 돈 잘 버는 변호사로 만들기 위해 당시 일류대학인 에르푸르트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게 했습니다. 22살(1505)에 방학을 맞아 만스벨트의 집으로 돌아오던 루터는 함께 가던 친구가 번개에 맞아 순식간에 죽는 것을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자리에서 “성 안나(만스벨트의 수호성인)여, 나를 도우소서! 내가 수도사가 되겠나이다”라고 서원을 했습니다. 자신의 구원에 대한 확신이 없어 목말라 하던 루터는 당시 가장 엄격했던 어거스틴 수도원에 들어가 2년만에 순결, 청빈, 복종의 서약으로 정식 수도사가 되었습니다.
 1509년 성서학 석사학위를 받으면서 라틴어 성경을 처음 접하게 되고, 1512년 신학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시편, 로마서, 갈라디아서, 히브리서 등을 강의하면서 그는 로마카톨릭교회가 성경의 가르침에서 너무나 변질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구원을 위해 스스로 온갖 죄책감과 고행과 선행으로 몸부림치던 그는, “복음에는 하나님의 의가 나타나서 믿음으로 믿음에 이르게 하나니 기록된 바 오직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 함과 같으니라”(롬1:17)는 말씀에서 복음을 깨닫게 됩니다. 당시 성직을 교황에게 비싼 돈을 주고 산 감독은 그 댓가로 면죄부를 판매할 권한을 받아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실속을 챙기고 있었습니다. 두려우신 하나님의 심판에서 내가 구원을 받는 길도, 먼저 세상을 떠난 부모 형제를 고통스러운 연옥에서 천국으로 올라가게 할 길도 면죄부를 사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루터의 95개조 반박문은 주로 면죄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반박하는 것이었지만, 그로부터 로마카톨릭의 부패와 타락에 대한 개혁운동이 불붙어 중세의 역사를 바꾸고, 존 깔뱅(Calvin), 존 낙스, 쯔윙글리 등의 개혁운동으로 이어져, 오늘날 루터교, 장로교 등의 개신교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 495주년을 맞는 지금, 우리 개신교회마저도 개혁 정신은 상실되고 인간의 탐욕과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표류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종교개혁의 정신은 무엇입니까?
 첫째는 “오직 성경(Sola scripture)”입니다. 중세의 타락은 라틴어 성경만을 특수 성직자들의 전유물로 감추어 성경을 모르게 만들어 놓은 상태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성경의 진리를 접하게 된 루터는 말씀을 붙잡고 타락한 교회에 맞설 수 있었고,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앞장 서서 성경을 일반인들의 언어로 번역하였습니다. 우리의 신앙과 생활의 유일무오한 기준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입니다. 성경을 더 많이 배우고 알고 깨달아야 그 말씀대로 살 수 있습니다. 교회는 끊임없이 성경에 의해 개혁되어야 합니다!
 둘째는 “오직 믿음(Sola Fide)”입니다. 우리가 구원에 이르는 길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만 가능합니다. 구원도 능력도 축복도, 오직 의인은 어둡고 타락한 시대 속에서도 믿음으로 말미암아 사는 자들입니다. 말뿐인 믿음이 아니라 순종과 행함이 있는 살아있는 믿음의 능력을 믿습니다. 교회의 기준은 세상의 학벌이나 재력이나 신분이 아니라 오직 믿음의 삶이어야 합니다.
 셋째는 “오직 은혜(Sola Gratia)”입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 설 수 있는 것도, 천국에 들어가는 것도, 매일 매일 사는 것도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써입니다. 성도는 자신의 힘과 지혜와 방법으로 살지 않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인생입니다. 모든 것이 은혜임을 알기에 겸손하고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한 줄 알기에 낙심하거나 절망하지 않고 은혜의 하나님을 끊임없이 소망합니다.
 종교개혁은 흘러간 옛 노래가 아니라 오늘도 우리가 목말라 불러야 할 현재형입니다. “개혁된 교회는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합니다”(Ecclesia reformata est semper reforman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