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철 전도사

 

     두 나무가 있었습니다. 속이 가장 아름답다는 한 올리브 나무에게 어머니는 늘 말해주었습니다. “너는 자라서 보석함이 될거야” 그 나무는 늘 화려한 궁전에서 아름다운 공주를 빛나게 해줄 갖가지 보석들이 담겨진 자신의 모습을 꿈꾸며 커갔습니다. 목수의 손에 베어진 날도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투박한 나무통이 되어 허름한 가축 우리로 보내졌습니다. ‘동물의 여물이나 담는 그릇이라니... ’ 나무의 상심은 컸고, 일상은 지루했습니다. 아기를 낳을 곳이 없다며 어떤 부부가 다급하게 찾아오기 전까지는요. 곧 예쁜 아기를 자신의 품 안에 안게 되었고, 그 오묘한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그토록 꿈꾸던 찬란한 보석을 자신 안에 담고 있다는 그 느낌을요.
     또 한 그루의 나무는 위풍당당한 백향목이었답니다. 사람들은 그 나무를 보고 탄성을 자아냈고, 곧게 뻗은 줄기와 우아한 자태는 다른 나무들과 비할 바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순식간에 이 나무의 신세도 곤두박질치고 맙니다. 죽어 마땅한 죄인들만 진다는 십자가형틀이 자신의 몫이라니요... 상심과 수치로 한숨 쉬던 나무에게도 어느 죄인과 함께 골고다로 오를 날이 찾아왔지요. 볼품없고 연약한 그 사람에게 쏟아지는 침과 돌을 함께 맞으며 나무는 언뜻 깨닫게 됩니다. 이 사람에게는 죄가 없다는 것을요. 그와 함께 못에 박힌 나무는 언덕위에 세워지고, 울고 있는 여인들의 소리를 듣게 됩니다. “죽어가는 인간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다구...” 하늘을 향해 아버지를 부르던 그 사람은 거친 숨소리와 함께 숨을 거둡니다. 온 땅과 하늘이 울고, 온 세상이 슬픔으로 가득찼던 그 날을 나무는 잊을 수 없습니다.
     축사에 놓여 암울했던 여물통은 아기 예수를 처음으로 안은 진정한 보물함이 되었고, 실망했던 나무 십자가는 죄의 상징이 아닌, 사랑의 증거와 은혜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선두 가족 여러분, 하나님이 주신 소망과 비전이라며 보석함같은 역할과 위치를 바랐건만, 생각했던 보석함처럼 화려하지 않아 실망했던 일들이 있으셨는지요? 나름 준비되어 있다고 자부했건만, 주어진 결과는 아무도 나를 못 알아봐주는 숨겨진 일들로 지나버린 적은 없었는지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 일들이 진정한 보석을 담아두게 된 경우는 아니었는지요? 아무도 알지 못했던 거룩한 일을 이루는 도구로 살았던 날들은 아니었는지요? 한 해 동안 우리가 서 있던 곳이 하나님을 섬기기 위해 애쓰며 예수님을 품었던 자리, 예수님과 함께 고난받았던 자리였다면 우린 여물통과 십자가형틀처럼 예수님을 담은 남모르는 기쁨을 지닌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 비밀은 성탄의 주인 예수 그리스도께 있습니다. 출생부터 가장 낮은 자리에, 가장 천한 방법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은 마지막 죽음의 순간까지도 가장 비참하고 부끄러운 자리를 택하십니다. 바로 그 비천한 자리가 인간을 보배롭게 하고 높이는 자리가 되어줍니다. 그 분이 받았던 초라한 대접 덕분에 우리가 누릴 접대는 극진하고도 풍성하기만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한 사랑이 시작되었던 성탄절이 다가옵니다. 우리의 마음을 낮추고 비워 예수님을 맞아들일 뿐 아니라, 그 자리를 조금 더 넓혀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이 더욱 절실한 이웃과 지체들을 품는 복된 축제가 되기를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