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동산 목회칼럼>

영화 타워(TOWER)

곽수관 목사

 

 어제 목요일(10일)부터 오늘(11일)까지 본 교회 교역자 MT를 갖고 있습니다. 경기도 용인의 깊은 산자락에 위치한 한 유스호스텔(Youth Hostel)에 숙박을 하면서 교역자 16명 전원이 참석하여 1박2일의 일정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2012-2013 송구영신예배 때 성도님들께서 하나님께 올려드린 신년 기도제목들을 각 교구/교육기관별로 함께 나누어 중보기도로 하나님께 간구하는 시간들을 가졌습니다. 또 각자의 지난 사역들을 돌아보며 새해에 맡겨진 사역들을 잘 감당하기 위한 기도제목들과 개인적·가정적인 기도제목들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축복하였습니다. 2013년 교회의 꿈과 기도제목들을 위해서도 간구했습니다. 모두가 새로운 결단과 각오로 더 충성되고 열매 맺는 사역을 다짐하며 하나님의 은혜를 구했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함께 영화를 감상하는 문화적인(?) 시간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 교역자 MT 사상 처음 가진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담임목사의 건강상태를 배려한 선택이었지만, 평소 또 거의 그러한 시간을 가질 기회가 없었던 교역자들은 어린아이들처럼 팝콘을 한 아름씩 안고 즐거워했습니다.
 <타워>이라는 영화는 서울 여의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가상의 비극을 다룬 내용이었습니다. 초호화판 시설을 갖춘 108층의 쌍둥이 주상복합 빌딩 타워 스카이(Tower Sky)에서 시작된 크리스마스 이브의 환상적인 파티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과 고통으로 몰아넣는 통제 불능의 대화재 참사로 변하고, 그 위기 속에서 어린 딸과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려는 한 남자의 처절한 노력과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건 헌신을 그린 감동적인 영화였습니다. 비극으로 끝난 초호화여객선 타이타닉호 사건과 미국의 9·11 사건을 합성한듯한 구성이었습니다. 영화를 보며 느낀 몇 가지 생각들을 성도님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첫째는 자신과 수많은 이웃들을 파멸로 이끌어가는 인간의 교만이 비극의 발단이었습니다. 타워스카이의 최신 시설과 초호화판 파티로 인간이 꿈꿀 수 있는 최고의 황홀한 즐거움을 만끽하려고, 환상적인 기술과 권력으로 10여대의 소방 헬기까지 동원하여 인공 눈을 만들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창조(?)하려던 인간의 노력은, 갑자기 발생한 상승기류 때문에 통제가 불가능해진 헬리콥터와 제설기들이 건물에 부딪히며 대화재 참사로 이어지게 됩니다. 자기 자랑과 자만심으로 하늘의 경고를 무시한 리더의 선택은 결국 자신의 모든 것을 순식간에 파멸로 몰아갈 뿐 아니라 모두에게 엄청난 고통과 재앙을 초래했습니다. 끝내 더 큰 재앙을 막기 위해 스스로 폭파하여 무너져 내리는 타워스카이는 그대로 현대판 바벨탑이었습니다.
 둘째로 죽음의 공포와 위기 속에서 빛나는 눈물어린 인간애는 우리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딸에게 멋진 크리스마스를 선물하기 위해 자신이 일하는 그 건물로 초대했던 한 아버지, 아들의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다가 자신은 죽더라도 그 돈만은 꼭 전해 달라는 청소부 아줌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끝까지 생사를 함께 하는 남녀의 사랑은, 모두가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오늘의 위기와 절망 속에서 더욱 값지게 다가옵니다.
 무엇보다도 사역자로서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것은 그 참사 속에서 한 생명이라도 더 구출해내려는 소방대원들의 필사적인 헌신이었습니다. 두려움 속에서 모두가 도망쳐 나오는 불타는 건물 속으로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출하기 위해 그들은 사명자로 뛰어 들어 갑니다. 자신의 생명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어떻게든 불길을 잡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내려는 그들의 생명을 건 충성은 바로 우리가 본받아야 할 사역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는 소방관, 후배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상관과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완수하는 후배, 생사고락을 함께 하는 동역자들 사이의 동료애,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생명을 바쳐 폭약에 점화함으로써 모든 사람을 살려내는 소방대장의 모습은 우리 교역자들의 가슴 속에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해 주는 훌륭한 MT 시간이었습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사도행전2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