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동산 목회 칼럼 2011-01-23>                                                       곽수관 목사

구제역

구제역 공포가 전국을 휩쓸고 있습니다. 작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이 확인된 이후 국가의 방역 대책과 백신 접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제역은 50일이 넘도록 멈출 줄 모르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구제역(Foot-and-Mouth Disease)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사슴 등 우제류 가축의 입·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면서 고열에 시달리다 먹지 못하고 죽게 되는 치사율이 매우 높은 전염병으로, 국제수역사무국(OIE)은 이를 가장 위험한 A급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하면 상태가 좀 호전될 수는 있지만 치료하는 사람과 공기의 흐름을 통해서 도리어 급속도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치료는 엄두를 내지 못한 채 전염 가능성이 있는 주변 지역(우리나라는 반경 500m, 외국은 2km까지)의 가축들까지 무조건 살처분해야 하는 무서운 병입니다. 1월 21일 현재 살처분된 가축은 228만 1,112마리에 달하여 우리나라 축산업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3조원을 넘어서는 살처분 보상금과 방역비 등 그 경제적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자식처럼 사랑으로 키웠던 가축들을 살처분시켜야 하는 축산 농민들의 아픈 마음과 국민들의 불안한 마음은 날로 더해가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는 세계 경제 13위라는 대한민국의 정부와 국민들을 우롱하듯 강원도 횡성의 축산기술연구센터까지 파고 들었습니다. 국가 비상 사태와도 같은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어느 종교에서 구제역으로 죽은 가축들의 영혼을 달래고 극락왕생을 비는 위령제를 올리고 있습니다. 가축들에게도 영혼이 있고 돌아가신 조상이 환생한 존재일 수도 있다고 믿는 그들에게는 어쩌면 절실한 행사일지 모릅니다. 반면 기독교계에서는 하나님 앞에서의 회개 운동과 나라를 위한 기도 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제역과 우리의 신앙생활은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하나님이 땅의 짐승을 그 종류대로, 가축을 그 종류대로, 땅에 기는 모든 것을 그 종류대로 만드시니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창1:25). 땅의 모든 가축들은 하나님께서 만드시고 생명을 주신 피조물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간에게 가축을 포함한 모든 자연 만물을 맡기시면서 다스리고 관리하며 그 축복들을 누리게 하셨습니다.

그러나, 선한 청지기로서 자연을 관리해야 할 인간은 개발을 내세워 탐욕과 이기주의적 목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수탈해왔으며, 가축들도 이윤 추구만을 극대화하기 위해 창조의 질서를 무시한 채 영리의 도구로만 대해 왔습니다. 오늘날 축산업은 더 많은 육질, 더 많은 달걀, 더 많은 우유, 더 많은 이익을 위해 가축에 대한 학대와 폭력을 서슴치 않고 있습니다. 집단 사육, 유전자 조작, 동물 사료, 과도한 항생제...... 구제역 바이러스가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전염되는지에 대한 수의학적 원인 분석이 어떻든지, 결국은 창조 질서를 깨뜨린 온갖 환경 속에서 저항력과 건강을 상실한 채 속수무책으로 쓰러지는 그들은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재앙임에 틀림없습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원리와 질서를 어기며 살아갈 때, 그것은 우리에게, 혹은 우리 후세대에게 무서운 재앙과 고통으로 되돌아오게 됩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쉽게 잡히지 않는 재앙 앞에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하나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만일 이 땅에 기근이나 전염병이 있거나 곡식이 시들거나 깜부기가 나거나 메뚜기나 황충이 나거나 적국이 와서 성읍들을 에워싸거나 무슨 재앙이나 무슨 질병이 있거나를 막론하고, 한 사람이나 혹 주의 온 백성 이스라엘이 다 각각 자기의 마음에 재앙과 고통을 깨닫고 이 성전을 향하여 손을 펴고 무슨 기도나 무슨 간구를 하거든, 주는 계신 곳 하늘에서 들으시며 사유하시되 각 사람의 마음을 아시오니 그의 모든 행위대로 갚으시옵소서. 주만 홀로 사람의 마음을 아심이니이다. 그리하시면 그들이 주께서 우리 조상들에게 주신 땅에서 사는 동안에 항상 주를 경외하며 주의 길로 걸어가리이다”(대하6:28-31).

지난 해에 이어 하나님은 한국교회에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할 것을 계속하여 경고하고 계십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탐욕과 죄악임을 회개하고 하나님의 긍휼과 도우심을 간구하는 기도운동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 땅에 재앙을 막고 세상을 구원할 의인이 필요한 때입니다. “하나님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