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 안식년을 떠나며

곽수관 목사

부족한 종이 이번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간 안식년(?)을 갖게 되어 잠시 성도님들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저희 당회 장로님들께서 작년에 결의하여 저의 선두교회 사역 10년이 되는 2017년을 저에게 안식년으로 주셨습니다. 저는 교회 사역에 최대한 무리가 가지 않도록,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되도록 7월부터 4개월간으로 정했습니다. 열심히 생업과 주님의 사역에 힘쓰시는 성도님들을 생각하면 다 사양하고 싶지만, 앞으로 달려가야 할 사역과 교회를 위해서 당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주시는 시간이라 여겨져 겸손히 순종하기로 했습니다. 쉼과 재충전을 위한 이러한 시간이 없어도 주님 앞에 서는 그날까지 생명을 다해 달려가야 하겠지만,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배려해 주시는 당회와 성도님들께 정말 깊이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 10년이 지나갔는지,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던 길이었습니다. 또 이렇게 10여년을 달려가다 보면(물론 하나님께서 은혜 주시고 건강해야!) 은퇴해야 할 때가 되겠구나 생각하면 마음의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사역의 현장을 떠나 있을 4개월 동안, 성도님들의 변함없는 기도를 부탁드리며, 저의 안식년 계획을 몇 가지 나누려고 합니다.

1) 무엇보다도 먼저 지나간 10년의 교회 사역을 돌아보고 기도하면서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꿈을 열어가는 건강하고 행복한 공동체”의 꿈과 5대 사역비전을 주신 주님 앞에서 과연 목적이 이끄는 사역과 삶이었는지, 말씀사역을 비롯한 전반적인 사역을 정리하고 돌아보며 감사하며 회개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2) 자녀들이 살고 있는 미국을 방문하고 오랜 시간 저의 신학과 선교학의 요람이었던 모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다시 한번 책상 앞에 앉고 싶습니다. 다행히 여름학기에는 한 학기의 강좌를 한 주간씩 온종일 강의로 집중강의(Intensive)들을 개설하기 때문에 미리 허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교회 사역을 신학적으로 정리해 보는 유익한 시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3) 지나간 10년을 돌아보는 것은 앞으로의 사역을 새롭게 설계하고 꿈과 목표를 확실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무뎌진 도끼로 계속 나무를 찍는 것보다 잠시 멈추고 도끼날을 갈아 더 예리하게 만들어 찍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안식의 기간은 선두교회의 주인이신 주님과의 깊은 교제를 통해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확인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 안식기간 중 가장 큰 일은 우리 교회의 양육과정의 교재를 다시 쓰는 일일 것 같습니다. 저희 교회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교재들은 2010년 <두날개양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한 이후 원교재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우리 교회의 상황에 맞춰 2011년 자체 출판한 것입니다. 그러나 벌써 많은 시간이 지나 훈련받는 성도님들의 삶의 상황과 교회의 여건이 상당히 달라져 있어서 새로운 교재의 필요성을 계속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동안의 사역경험과 앞으로의 사역방향에 맞추어 저희 교회의 양육-훈련 과정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 새 틀이 필요하고, 그에 맞는 새로운 교재가 필요한데, 안식기간을 이용하여 이 일을 시작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5) 끝으로 몸과 마음의 휴식과 건강의 재충전,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입니다. 어쩌면 안식년을 주신 가장 중요한 이유겠지요. 4년 전 큰 수술을 받고 하나님의 은혜로 회복되었지만 쉬지 못한 채 계속 달려 왔습니다. 남은 10여년을 위해 4개월이나마 푹 쉬고 싶습니다. 미국에 다녀오는 것 외에는 해외여행 같은 특별한 계획도 없습니다. 휴식과 체력 단련,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을 갖고 오겠습니다.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자녀들을 더 든든히 믿음의 사람들로 세우는 일이 큰 기도의 제목입니다.

선두목장을 섬길수록 깨닫는 것은 리더의 마음에는 돌아볼 수 있는 여유, 내다볼 수 있는 여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특히 설교자의 마음에는 하나님과의 깊은 만남과 사람들과 세상을 향한 묵상을 위해서 창조적인 여유가 필요합니다. 4개월 동안의 안식년조차도 저를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교회의 유익을 위해서 주신 것이라 생각합니다. 먹든지 마시든지, 일하든지 쉬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으로 내게도 복된 것입니다!

4개월 후에 여러분을 다시 뵙겠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은 물론, 좋은 장로님들과 충성된 모든 사역자들이 있어 맡기고 갑니다. 저의 공백을 잘 메꾸어 줄 든든한 교역자들과 직원들이 있어 너무 감사합니다. 교회와 성도님들을 위해 변함없이 기도할 것입니다. 제가 가까이 있을 때든 멀리 있을 때든, 변함없는 사랑으로 교회를 섬겨주시고 저를 위해서도 기도해 주십시오. 무더운 여름철에 모두 건강하시고 날마다 주님과 동행함으로 행복하십시오! 잘 다녀오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하고 축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