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문준경 전도사
담임목사 곽수관
지난 9월 26일(월)부터 28일(수)까지 저희 교회 교역자들은 한 해의 사역을 돌아보고 새해를 준비하기 위한 정책수련회를 가졌습니다. 첫 일정은 전남 신안군 증도를 방문하여 한국교회의 순교자 문준경 전도사(1891~1950)가 사역하던 교회와 순교유적지를 둘러보는 일이었습니다. 해가 서해의 바다로 넘어갈 무렵 문전도사님이 시무하였던 증대리교회에 도착하여 김상원 담임목사의 영접을 받고 문전도사의 일생을 담은 영상을 시청하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녀의 삶과 죽음은 평안과 풍요 속에서 살아가는 이 시대 우리들에게 큰 도전과 감동을 주고, 특히 영혼을 위한 사역자로 부름을 받은 모든 교역자들에게는 엄청난 부끄러움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문준경 전도사는 한국교회 역사의 숨은 순교자입니다. 1950년 10월 5일 60세를 일기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무참히 살해되기까지, 한 해에 고무신이 9켤레도 더 닳을 만큼 “천사의 섬 신안”(신안군의 섬이 총 1004개)을 누비며 100여개의 교회를 세우고 복음을 전했던 여장부였습니다. 1891년 2월 2일 신안 암태도에서 태어나 학교도 다녀보지 못한 그녀는 17살에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에게 버림받고 절망의 늪을 헤매다가 전도를 받고 예수님을 믿게 된 후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당시 온갖 우상숭배와 미신에 매여 살던 섬 사람들에게 창조주 하나님을 알리고 예수님을 전하는 일에 일생을 드리는 사역자가 되어 한 해에 고무신 9켤레가 부족했다고 합니다. 인생의 고난과 절망을 이긴 그의 설교와 영혼을 향한 뜨거운 그의 사랑은 어둡던 섬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켰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쪽배를 타고 갯벌을 넘어 증도를 중심으로 한 여러 섬들에 교회를 세웠습니다.
6·25 한국전쟁이 일어난 후 3개월도 안되어 공산주의자들은 신안군 깊은 섬까지 장악하고 문준경 전도사는 체포되어 목포로 끌려 갔습니다. 며칠을 험한 뱃길로 목포에 도착했을 때, 목포는 이미 국군에 의해 수복되어 있었고 그녀를 끌고 왔던 공산당원들은 도망치고 문전도사는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목회하던 증도의 성도들을 지켜야 한다며 만류를 뿌리치고 다시 증도로 돌아가게 되었고, 마지막 발악을 하던 공산당원들에게 다시 붙잡혀 인민재판으로 즉결처분을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새끼를 많이 깐 씨암탉”이니 살려두면 안된다는 말 한마디로, 수없이 죽창으로 찌르며 자기를 죽이는 공산주의자들에게까지 용서의 복음을 전하며 성도들을 지켰던 문전도사의 피는, 그녀의 ‘죄목’대로 정말 수많은 제자들을 한국교회에 남겼습니다.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설립자인 고 김준곤 목사는 문준경 전도사를 통해 예수를 믿게 된 사람입니다. 그는 문 전도사를 “새벽부터 큰 바랑 같은 것을 둘러메고 나가 누룽지나 잔치·제사 음식을 얻어 와서 가난한 집에 나눠주는 ‘대신 거지’였다”며 “바랑 속에는 감기약이나 연고 같은 것도 있어서 병자들을 심방할 때는 부담 없이 약을 먹이고 발라주고 만져주고 기도해줬다. 그녀는 마을의 목자이면서 만인의 어머니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순교자 문준경과 그의 사람들> 2016). 현재 신안군 증도면에만도 문준경 전도사가 세운 11개의 교회가 있고, 주민 1,700여명의 9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고 합니다.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요한복음 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