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의의 사명자들을 응원합니다!”

담임목사 곽수관

나는 의업에 종사하는 일원으로서 인정받는 이 순간에, 나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한다.

나의 스승에게 마땅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는 환자의 건강을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하겠다.

나의 환자에 관한 모든 비밀을 절대로 지키겠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

나는 동료를 형제처럼 여기겠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생명이 수태된 순간부터 인간의 생명을 최대한 존중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나의 명예를 걸고 위와 같이 서약한다.

이것은 의학도들이 의과대학을 졸업할 때 하는 “제네바 선서”(Declaration of Geneva)입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 BC460-377)의 의학 윤리를 기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원래 그리스의 신 아폴로와 여러 신들 앞에서 의학도들이 했던 맹세인데, 1948년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개최된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는 이를 기초로 하여 <제네바 선언>으로 만들었고, 다시 1968년 시드니에서 개최된 제22차 세계의학협회에서 최종적으로 현재의 서약으로 완성되었다고 합니다.

메르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 상황이 좀 진정되는가 했는데 또 다시 확진자가 발생하여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7월 3일 아침 현재 확진자 총184명 중 사망 33명(18.0%), 퇴원 109명, 그리고 42명이 아직 치료 중입니다. 확진자 중 82명은 병원에 갔던 환자였고, 64명은 그 가족이나 방문자, 그리고 38명은 병원 관련 종사자였습니다. 학교가 휴교에 들어가고 대형집회가 취소되고 관광객들이 발길을 끊으며 온 나라가 두려움에 빠져 있을 때, 이번에 우리는 진정한 사명자의 모습을 의사와 간호사들을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N95 마스크를 쓰고 방호복을 입고 땀을 비오듯 쏟으며 애쓰는 간호사들의 모습이 더욱 애처로워 보였습니다. 숨쉬기도 힘들고 화장실 가는 것은 정말 큰일이고... 하지만 그들은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맞서 싸우겠다!”며 중환자실을 지켰습니다. 며칠째 함께 격리된 채 환자를 지키는 동안 가족들은 애를 태우고 자녀들은 의료진의 가족이라고 도리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인들 메르스가 겁나지 않았을까요? 자신의 생명이나 가족들의 안전이 소중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일생을 인류 봉사에 바칠 것을 서약한 그 약속을 꿋꿋이 지켜가고 있습니다. 지금도 병실에서 메르스와 싸우며 환자들을 돌보는 백의의 사명자들을 응원합니다! 130여년 전 이 어두운 땅에 하나님의 사랑을 안고 들어와서 천연두와 장티푸스와 같은 질병으로 죽어가는 조선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돌보지 않고 뛰어다니다 마침내 이 땅에 묻혔던 선교사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예수 닮기 원하는 6월의 주제를 사명으로 정하고, 나의 사명을 찾고 사명자의 길을 가기를 기도하던 선두 공동체가 본받아야 할 모습입니다! 그들 사명자들이 있어 그래도 우리 사회는 희망이 있습니다. 말로만 애국과 봉사를 외치다가 자신의 당리당략이라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치고받고 싸우는 나라 지도자들(?)의 모습이 민망합니다. 복 받기만을 기도하며 나의 길만 찾고 있는 크리스천(?)의 모습이 민망합니다.

평안할 때는 사명자의 모습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도망치고 싶은 위기의 때에 진정한 사명자의 삶이 빛을 발합니다. 지금 이 땅을 죽음의 땅으로 끌고 가고자 하는 것은 메르스만이 아닙니다. 온갖 죄악과 욕망과 거짓의 바이러스들이 수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는데, 거룩한 흰옷을 입고 이 땅을 행진하며 치유할 사명자들이 필요합니다! 다음 주일 제자대학헌신예배를 준비하면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다시 읽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