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기독교 시대의 전도
곽수관 목사
1980년대 대학가는 이념 논쟁으로 매우 시끄러웠습니다. 당시 K대학의 한 교수가 좌파 학생들에 의해 수업을 보이코트 당했습니다.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라는 것입니다. 교수가 “왜 나를 미 제국주의의 앞잡이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때 학생들이 미제의 기준으로 내세운 것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 미국에서 유학한 사람; 둘째, 수업 중 영어를 자주 사용하는 사람; 셋째, 기독교인인 사람...
언제부터인가 기독교에 “미제”라는 상표가 붙어 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공격 목표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80년대에 대학에서 반미 운동을 주도했던 그들이 지금 정치·교육·사회 각 분야의 요직을 맡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만이 아니라 그 영향을 받았던 수많은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는 기독교에 대한 깊숙한 안티(anti) 감정이 서려 있는 상황입니다.
불교와 천주교와 기독교(개신교)는 현재 한국의 대표적인 3대 종교라 할 수 있습니다. 그중 한국의 현대사에서 우리 민족의 발전을 위해 가장 큰 공헌을 해온 것은 개신교일 것입니다. 120여년 전 처음 선교사들이 이 땅을 밟으면서부터 이 땅에 교회만이 아니라 학교와 병원과 고아원이 세워졌고 서민들과 여성들의 교육 기회와 인권이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전염병의 위협과 비위생적인 환경,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가난과 술과 담배와 노름과 축첩 등 망국적인 삶의 습관들로부터 벗어났고, 민족의 삶이 어둠에서 빛으로 변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선교사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과 안락한 삶을 포기한 채 우리 민족을 위해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이 나라의 거의 모든 근대적인 대학과 병원들이 그들에 의해 세워졌습니다. 일본에 의해 나라를 잃었을 때, 그들은 우리나라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함께 싸우며 잠든 백성들을 깨워 주었습니다. 6·25 전쟁으로 나라가 폐허가 되었을 때, 그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의 현재는 아마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3대 종교 가운데 유독 개신교만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정체되어 있습니다, 천주교와 불교는 교인이 늘어가고 있는데 교회는 정체되고 오히려 감소되고 있는 것입니다. 주일학교의 약화와 청소년들과 청년들의 세대가 교회를 떠나는 비율을 보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욱 심각합니다. 한국 교회는 다른 어느 종교보다도 더 많은 구제 활동을 해 왔고, 전도와 선교에 적극적인데, 왜 도리어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습니까?
한국 사회에 팽배한 안티 기독교 분위기가 그 중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이는 30여년 전부터 뿌려졌던 좌파 이념의 씨앗들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학교 강단을 장악하고 계속 그들의 제자들을 양산해 왔습니다. 안티 기독교의 성향은 청장년층에 이르기까지 이미 사회 각계각층에 퍼져 있습니다. 일부 언론들의 반기독교 편향 보도는 도를 넘어서고 있고, 한국 역사 속에서의 기독교의 공헌은 교과서에서 지워져버렸고, 학생인권조례라든지 군대에서의 동성애인권보장과 같은 반기독교적인 운동은 점차 제도화되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안티 기독교의 문제는 앞으로도 한 동안 이 사회의 큰 흐름이 될 것입니다.
우리 교회의 제8차 열린모임은 이렇게 그 어느 때보다도 반기독교적인 사회 상황 속에서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복음의 씨를 뿌려야 할 밭이 길가와 돌짝밭처럼 냉랭하고 거친 땅입니다. 그렇다고 주님의 지상명령인 전도와 선교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안티 기독교적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복음을 전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기도해야 합니다.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사60:1)는 올해의 표어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우선적 사명이 무엇인지를 깨우쳐 줍니다. 이런 때야말로 우리의 빛된 삶을 통해 저들의 마음을 녹이고 반기독교적 편견을 깨뜨리는 일이 중요합니다. 더구나 한기총이나 일부 기독교 지도자들의 부족한 모습으로 인해 추락한 교회의 신뢰도를 다시 회복해 가야 합니다.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가정과 직장과 학교에서 묵묵히 주님의 사랑과 섬김의 삶을 실천하고 세상의 빛과 소금의 사명을 다 하는 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의 전도는 허공에 사라지는 공허한 말이 될 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가 되라”(고전11:1)고 했던 바울처럼, 우리의 신실한 신앙과 책임있는 생활로 세상에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주님을 본받기 위해 끊임없이 주님을 배우고 훈련받으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