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과 새로운 출발”

담임목사 곽수관

세부 계획도 없이 휴가를 시작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위중해지면서 마지막 1달여 동안은 몸도 마음도 무척 힘들어져 있었습니다. 대심방을 계속 진행하면서도 월요일이나 사역이 없는 저녁 시간에는 병원으로 달려가고 때로는 곁에서 밤을 새워야 했습니다. 끝내 어머니께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으시고 장례까지 마치고 나니, 좀 쉬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습니다. 정말 쉬고 싶다는 생각을 평생 처음 느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소중한 쉼을 갖게 해 주시고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해 주신 하나님과 교회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휴가를 갖지 못한 채 삶의 현장에서 비지땀을 흘리고 계시는 성도님들과, 특히 여름성경학교와 미얀마 비전트립과 수련회 준비 등으로 애쓰신 교사들과 청년들을 생각하면서 무겁고 죄송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더욱 더 값진 휴가로 지친 몸과 마음을 털어내고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게 하고 싶었습니다.

교역자들에게 휴가는 가정사역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네 식구가 함께 여행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게임도 하면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음이 가장 큰 유익이었습니다. 대학 1년을 보내고 방학을 맞아 돌아온 아들과 이제 자신의 길을 찾아 부모 곁을 떠날 딸과 함께 하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더구나 휴가 기간에 저희는 집을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살던 집이 햇빛이 들지 않아 어둡고 곰팡이가 많아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 당회에서 새로운 집을 찾게 해 주셨는데, 계약하고 기다리는 동안 어머니는 가시고 저희만 옮기게 되었습니다. 평수를 많이 줄이다 보니 버리고 정리할 짐과 책들이 얼마나 많은지... 가끔 이사는 우리의 삶을 많이 가볍게 해 주고 나그네 인생임을 절감하게 합니다.

새 집 수리를 기다리며 어느 간소한 호텔에 3일을 머물다가 하루 여행을 하고 다시 돌아오니, 호텔 매니저가 우리 방을 생각지 못했던 펜션하우스로 동일한 가격에 업그레이드시켜 주었습니다. 비좁은 한 방에서 함께 지내던 우리는 뜻밖에 방 2개에 거실과 주방이 있고 기도실로 쓸 다락방까지 딸린 대저택(?)에서 이틀을 더 머물다 왔습니다. 자녀들에게 하나님의 은혜에 대해 나눌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자격 없는 내 힘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가 우리의 삶에 얼마나 사모해야 할 축복인지, 여기까지 내 삶을 인도하신 에벤에셀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자신의 노력과 지혜로 사는 인생보다도 하나님의 은혜로 사는 인생이 얼마나 복된 삶인지 생각할 때마다 감사할 뿐입니다. 때로는 고난의 시간들을 통해 우리를 훈련하시고 더 높은 곳을 향해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교회가 주신 휴가 중에 몇몇 교회들을 방문하고 평신도의 입장에서 예배자가 되어 보았습니다. 목회자는 자신의 주일 강단을 떠날 수가 없기 때문에 종종 성도들보다 더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 휴가 때는 부목사님들에게 주일을 한번씩 다른 교회에서 예배 드리도록 시간을 드렸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오붓이 교회에 가서 한 자리에서 예배드리는 행복을 맛볼 뿐 아니라, 그 교회의 예배와 자신이 맡은 사역에 대해 살펴보고 배우고 본받을 만한 점들을 찾아보는 숙제도 맡겼습니다. 소중한 기회를 주신 당회에 감사를 드리며 이런 휴가가 선두교회의 사역에 큰 유익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지난 7월 4일로 저희 가족이 선두교회의 부름을 받고 한국에 귀국한지 만 8년이 지났습니다. 이제 9년째 사역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비전과 결단으로 더욱 새로운 은혜를 사모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제게 주어진 남은 시간들을, 물론 아무도 알 수 없지만, 헤아려보면서 더욱 새로운 열정을 품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교회의 머리가 되시고 우리의 목자가 되시는 주님의 인도하심을 사모하며 주님과 함께 하는 행복한 목사, 주님을 닮아가는 좋은 목자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름사역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주간에는 농촌전도봉사 사역과 청년2부의 여름수련회가 진행됩니다. 다음 주간에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1박2일 영어캠프가 있습니다. “예수 닮게 하옵소서!” 선두교회의 올 8월은 <훈련>의 달입니다. 나를 훈련시키고 자녀들과 다음 세대를 훈련하는 일로 무더위를 이겨냅시다! 제15차 <두날개> 양육과정의 등록이 시작되었습니다. 훈련받는 일을 뒤로 미루지 말고 선두로 달려가십시오. <열린모임>도 기도로 준비를 시작하십시오. 폭염 속에서도 부디 건강에 유의하십시오. 할 수 있는 대로 휴식과 새로운 충전의 시간을 꼭 가지십시오. 잠시 멈추고 쉬는 시간은 결코 낭비하는 시간이 아닙니다. 도끼의 날을 가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