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관 목사

 

 올해의 추수감사절은 제게 참 특별하게 느껴집니다. 작년 11월 4일에 지켰던 2012년 추수감사주일을 저는 병상에 누워 고통 속에서 지냈습니다. 10월 31일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한 후 4일째였으니 공동체 예배의 자리에 나아가지 못한 채 주일을 맞기는 평생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5일간의 금식 후에 겨우 물을 먹기 시작한 채 병상에 누워 선두성전의 은혜로운 예배를 애타게 사모하며 통증 속에서 “내 눈 주의 영광을 보네” 찬양하며 홀로 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리고 나서 11월 8일에 퇴원을 했고 이제 1년만에 다시 추수감사주일을 맞습니다.
 작년 감사의 달 11월은 힘겨운 육체적 고통과 싸우며 지냈지만 죽음의 고비에서 다시 새 생명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가슴 뜨거운 날들이었습니다. 사망의 골짜기를 건너 온 후 누리는 생명의 기쁨은 그곳을 통과해 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죄와 허물로 죽었던 너희를 살리셨도다”(엡2:1) 하신 말씀(영적인 의미이지만)을 생생하게 육체로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라도 복부대동맥 파열로 순간적인 죽음에 이를 수 있었던 상황을 늦지 않게 발견하게 하시고 마지막 순간에 수술을 통해 치료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에 가슴이 떨렸습니다. 영원한 죽음을 향해 가면서도 깨닫지 못한 채 매일을 살고 있는 인생들의 모습도 절실하게 깨닫게 하셨습니다.
 며칠 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의 헬스(Gymnasium)에 갔더니 “기한이 만료되셨네요” 하는 직원의 말에 또 감사를 드렸습니다. 작년에 퇴원하고 나서 감기에 걸리지 않게 하라는 의사의 말에 추워진 바깥 운동을 할 수 없어 집에서만 맴돌고 있었는데 마침 헬스 개업 2주년 기념으로 특별세일을 하게 되어 건강을 위해 투자(?)한 지 1년이 지난 것입니다. 지난 1년간 저의 건강 회복을 위해 주님께서 예비해 주셨던 고마운 곳이었습니다. 사실 운동의 중요성을 머리로는 다 알지만 수술 전에는 “너무 바빠서, 피곤해서, 시간이 없어서” 제대로 하지 못했었습니다. 그 시간이 있다면 차라리 더 기도해야 할 것 같고 말씀 연구해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술을 통해서 크게 회개한 것 중에는 “운동하지 않은 죄”도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남다른 건강만 믿고 밤낮으로 뛰어다니며 몸을 돌보지 않았던 “교만함”도 죄였습니다. 무엇이든 잘 먹고 잘 소화시키며, 매일 아침 화장실 개근에다 머리만 대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이 잠드는 기본 체력이, 감사를 넘어 자만이 되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원인을 모르는 뜻하지 않은 질병과 큰 수술은 운동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깨우쳐 주었습니다. 온 성도들을 근심과 걱정에 빠지게 만든 죄를 회개했습니다. 하루라도 더 빨리 회복해야 되겠기에 일반병실로 올라온 그날부터 수많은 의료기구들을 매단 채로 병동 복도를 돌기 시작했습니다. 통증으로 5분을 잠들 수 없는 밤에도 차라리 링거걸이를 붙잡고 걷는 편이 나았습니다. 하루에도 밤낮으로 150m 정도의 병동 복도를 수십 바퀴씩 돌다 보니, 몸에 연결된 주사들과 기구들이 하나씩 필요 없게 되고, “모범환자”로 수술 1주일만에 병원을 졸업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렇듯 운동도 결국 우선순위의 문제입니다. 남은 생명을 더 아름답게 주님께 드리기 위해, 성도님들께 건강문제로 염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 이제는 기를 쓰고 운동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 우리를 병원에 눕게 하시면 바쁘던 일, 중요한 일, 다 제쳐놓고 누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인생입니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해 있던 며칠 동안 함께 방을 썼던 여섯 명의 룸메이트들(?)에게 열심히 복음을 전했고, 그 시간들을 통해 주신 은혜도 많았지만, 역시 목사가 있어야 할 곳은 병상이 아니었습니다. 성도님들도 마찬가지겠지요. 그렇기에 게으르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돌보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오늘을 성도님들과 함께 예배의 자리에 건강히 서 있음이 한없이 감사합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부족한 종을 위해 사랑으로 기도해 주신 장로님들과 성도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연약한 부뷴까지 함께 더 힘써 감당해 준 교역자들에게도 감사합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또 내년의 감사절을 맞기까지 우리의 삶을 살아계신 하나님께 맡기며, 오늘을 주신 그분께 한없는 감사와 영광을 올려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