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관 목사

 

지난 주 월요일부터 3박4일 동안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제14회 서경노회 교역자회수련회에 본교회 목사부부들이 함께 참석했습니다. 어느 해보다 더 많은 148명이 참석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며 동역자들 간의 사랑의 교제를 나누었습니다. 올해는 제가 교역자회 회장으로 섬기고 있어 준비 과정에서부터 다른 때보다 더 애타는 마음으로 참여하였습니다. 모처럼 사역의 현장을 떠나 잠시 쉼을 누리면서 지나온 길들을 돌아보며 다시 앞에 놓인 사명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번 수련회는 박은조목사님(은혜샘물교회 담임)을 주강사로 모시고 새벽과 저녁 집회, 그리고 오전 특강 등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이번 수련회의 주제였습니다. 세월호로 인한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침몰해가는 이 사회와 한국교회를 가슴에 품고 시간마다 함께 외쳤습니다. 우리 사회가 곳곳에서 붕괴 위기에 있고, 또 무엇보다도 한국교회가 세상의 신뢰를 잃은 채 세속화되어가고 있지만, 그래도 교회가 이 땅의 희망인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렇게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온갖 죄악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세우셨고 세상을 구원할 도구로 만드신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것”으로 부름 받은 우리가 바로 교회입니다. 성령님을 모시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자신이 하나님의 성전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세우신 교회가 빛을 잃고 침몰하는 이유는 우리가 “복음의 영광”이 아닌 “로마의 영광”을 쫓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대교회가 세상으로부터 갖은 핍박과 고난을 당하면서도 로마제국을 이기고 변화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 박해 속에서 지하 땅굴에 숨어 살면서도 복음의 영광, 십자가의 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의 축복과 성공이 아닌 하나님의 거룩하심과 의로우심으로, 그리고 선으로 악을 이기는 십자가의 삶으로 살아갈 때, 교회는 세상을 이기고 변화시켜 갈 것입니다.
 말씀 앞에 설 때마다 깨닫는 것은 교회의 실패는 곧 목회자의 실패요, 교회의 문제는 곧 목회자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교회가 건강하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다면 목회자의 책임이요, 성도들이 잘못 믿고 잘못 살고 있다면 그것도 목회자들이 잘못 가르쳤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목회자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벗어 던져버렸어야 할 탐욕과 거짓과 죄악을 해결하지 못한 채, 세상의 물질과 명예와 외적 성장에 대한 욕심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지, “로마의 영광”에 휩쓸려 세속화되어 가고 있지 않은지, 하나님이 맡기신 목장과 방황하는 양들을 섬기며 복음과 함께 고난을 받는 소명자의 삶보다도, 섬김 받고 누리는 데 익숙한 삯군 목자가 되어 가고 있지 않은지... 말씀 앞에 눈물 흘리며 회개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교회가 세상의 희망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에는 하나님의 꿈과 기대가 있습니다. 성령의 임재와 능력이 있습니다! 교회를 통해 날마다 죽어가는 영혼들이 다시 살아나고 무너져가던 삶이 다시 회복되고 병들고 상한 인생들이 치유되는 생명의 역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0여년 전과 같이 이 시대도 “로마의 영광”이 세상에 힘이 있고 역사를 움직이는 것 같아도, 우리는 “복음의 영광”과 “십자가의 능력”을 믿습니다! 우리가 어디를 향해 나아가며 어떤 방법으로 그 비전을 이루려 하고 있습니까? 목회자와 성도와 교회가 이 땅의 복과 성공을 쫓아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영원하신 하나님의 나라를 꿈꾸며 십자가의 삶으로 살아갈 때, 진정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향해서는 죽은 자가 되고 오직 그리스도를 향해 민감하며, 날마다 “하나님 앞에서(Coram Deo)” 거룩을 이루며 살아가야 하나님의 부르심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내가 죽고 그리스도만이 살아 우리의 가정과 일터와 세상에서 우리가 진정 이 땅의 희망이 되기를, 교회가 세상의 희망이 되기를 사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