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동산 목회 칼럼 2011-08-14>                                                       곽수관 목사

산사태(Landslide)

2011년 7월 27일 오전 8시, 평온하던 우면산 자락의 마을들을 난데없는 토사 쓰나미가 덮쳤습니다. 고층 아파트 3층까지도 흙더미가 밀려들어올 만큼 거대한 파도처럼 산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침 출근길의 남부순환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우면산 산사태로 20여명이 사망-실종되었으며 2,000가구 이상이 침수 피해를 입었습니다.

그보다 먼저 그날 새벽 0시경 강원도 춘천에서는 인하대학생 40여명이 잠든 펜션이 산사태에 덮쳐져 10명의 꿈 많은 젊은이들이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로 가고 말았습니다. 우리 인천 학생들이요, 더구나 과학체험봉사활동 중에 일어난 참사라 더욱 더 마음이 아픕니다.

산사태는 토양이나 암석 등이 불안정한 지표면을 따라 흘러내리는 현상으로, 폭우, 지진, 화산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산사태도 짧은 시간에 물폭탄처럼 내리는 폭우 때문에 견디지 못한 토사가 큰 에너지를 얻어 주택가로 쏟아 내려와서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서울이 원시적인(?) 토사로 뒤덥혀진 현실은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이번 산사태는 무엇보다도 인간의 지나친 욕심에 대한 하나님의 경고입니다. 자연은 자연스러워야 합니다. 하지만, 293m 높이의 평화로운 우면산은 오랫동안 주민들의 친구처럼 그곳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터널이 뚫리고 산 중턱까지 아파트 단지가 들어오고, 곳곳에 약수터, 공원, 산책로 등 인간의 편리와 기쁨을 위하여 난도질당하기 시작했습니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진 그것은 자연에 대한 폭행이요 엄청난 훼손이었습니다. 결국 그 댓가는 무서운 재앙이 되어 돌아온 것입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인간의 편리함만을 위해 산을 무차별하게 깎아내리고 터널을 뚫고 강과 하천을 가로질러놓은 모습에 가슴이 섬찟 합니다. 당장은 도로가 곧고 빨리 달려 좋은 것 같지만, 말 못하는 한국의 산야는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도로 건설이나 택지·공장 조성 등으로 농지나 산림을 훼손하는 “난개발”이 경기도가 가장 심하다고 합니다. 지자체들의 경쟁적인 욕심과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탐욕이 앞을 보지 못하는 국민들의 욕심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지역 재개발의 중심에 놓여 있습니다. 자연을 자연으로 남겨 두고 그 자연과 사이좋게 어울려 살아가는 방식으로, 이미 훼손된 자연을 최대한 회복시키는 재개발이 되어야 합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안전불감증입니다. 미국과 멕시코를 여행하다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의 차이 중 하나가 안전에 대한 대책임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미국은 도로 위의 나뭇가지 하나를 정리하는 간단한 작업을 위해서도 수십 미터 전방에서부터 경고판을 부착하고 차선을 통제하고 경고 신호를 보내고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습니다. 미국의 산부인과는 아이를 출산할 때는 반드시 큰 종합병원의 분만실을 빌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런 모습이 사소한 일에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까지 생각하여 대책을 세우면서 일을 합니다. 반면 우리는 그들보다 더 실리적(?)입니다. 편리함과 “빨리빨리” 문화는 “설마···”라는 생각으로 안전을 무시합니다.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기 40분 전에 남부순환로의 차량 진입을 전격 차단시킨 서초경찰서의 한 경사에게 특진이 주어진다고 합니다. 아침 7시 30분, 그 복잡한 출근 시간에 수백대의 차량이 꼬리를 물고 정체가 되는 남부순환로를 차단한다는 것은 엄청난 불편과 원성을 각오해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 경찰관의 그 결단과 조치가 없었다면 순식간에 그 길을 덮친 산사태에 차량과 인명 피해는 엄청났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질병도 실패도 사고도 죽음도, 이번 산사태처럼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모릅니다. 주님 다시 오실 그 날도, 하나님의 심판대 앞에 서야 할 날도 순식간에 올 것입니다. 세상을 향한 탐욕과 순간의 편안함만을 추구하며 우면산 밑에서 “평안하다” 살아가는 인생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때로는 큰 결단이 필요합니다. 신앙은 삶과 죽음의 안전지대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쌓아올리고 있는 내 인생의 산은 과연 안전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