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동산 목회칼럼>

곽수관 목사

 

 “이르시되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Come with me by yourselves to a quiet place and get some rest.) 하시니 이는 오고 가는 사람이 많아 음식 먹을 겨를도 없음이라”(마가복음6:31). 주님은 사람들을 섬기느라 정신없이 사역하는 제자들에게 잠시 휴식을 명령하셨습니다. 주님은 우리가 먹을 겨를도 없을 만큼 일하는 것을 기뻐하지는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안식과 쉼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을 부르셔서 그 분 안에서의 진정한 안식을 누리게 하십니다. 안식은 하나님의 창조 질서의 한 부분입니다. 인간은 적어도 7일마다 하루는 모든 일을 멈추고 쉬도록 창조되었습니다. 우리의 육체도 마음도 영혼도 그 정도의 안식을 취하며 살아갈 때 건강과 행복을 누리고 새로운 창조와 발전의 활력을 얻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인류는 믿는 자나 믿지 않는 자나 자연스럽게 7일마다 하루씩을 빨간 날로 지키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십계명 속에 이 안식의 명령을 가장 긴 계명으로 포함시키면서 그것이 창조주 하나님을 경외하는 증표가 되게 하셨습니다(출31:13). 안식의 명령은 그만큼 절대적인 것이었습니다.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하게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일곱째 날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가축이나 네 문안에 머무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일곱째 날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출애굽기20:8-11).
 안식의 계명은 1주일에 하루만이 아니라, 7년마다 1년을 안식년으로, 또 일곱 번의 안식년 후의 50년째는 희년(Jubilee)으로, 그 외에도 수시로 절기와 축제를 대대적으로 지키게 하실 만큼 평생을 통해 지켜야 할 중요하고 절대적인 명령이었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종교적 율법이 아니라, 그토록 우리에게 안식과 쉼을 주시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은혜를 느끼게 됩니다. 내가 안식을 누림으로 나뿐 아니라 자녀들과 종들과 심지어 가축들과 집에 찾아 온 손님들까지도 그 안식에 참여하게 하십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안식을 지킨다는 것은 매우 큰 믿음의 결단입니다. 공부하는 학생이든, 농사를 짓든 사업을 하든, 1주일마다 하루를 쉰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1/7의 포기와 그 이상의 손실을 각오해야 합니다. “만일 너희가 말하기를 우리가 만일 일곱째 해에 심지도 못하고 소출을 거두지도 못하면 우리가 무엇을 먹으리요 하겠으나 내가 명령하여 여섯째 해에 내 복을 너희에게 주어 그 소출이 삼 년 동안 쓰기에 족하게 하리라”(레위기25:20-21). 그러므로 안식은 우리의 삶을 책임져 주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믿음으로 지키는 것입니다.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주간 휴가를 갖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당회에서 주일을 포함하여 휴가를 갖도록 배려해 주셔서 더욱 감사를 드립니다. 목사에게는 다른 교회의 주일강단을 접해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교회들을 다녀보며 “최선의 교회”(?)를 선택하는 성도님들보다 목회자들이 도리어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될 수 있습니다. 평범한 회중의 일원으로 모처럼 모두 함께 나란히 앉아 예배자로 나아갈 다음 주일의 예배에 벌써 가족들은 설렘을 느끼고 있습니다. 주신 휴식 시간을 통해 홀로 되신 어머니도 찾아뵙고 자녀들과 여행도 하고, 또 조용한 기도원을 찾아 주님과의 만남 속에서 지난 사역들을 뒤돌아보고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찾기도 할 것입니다.
 1년 내내 휴가를 보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수고하시는 성도님들과 모처럼의 휴가 기간마저 주님을 위한 사역에 헌신하시는 성도님들께는 송구스런 마음 금할 길 없지만, “목사는 쉬는 것도 주님의 일”이라 하시던 선배 목사님들의 말씀처럼, 휴식을 통해 더 건강한 몸과 마음, 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더 힘 있고 능력 있는 사역을 이루기를 소망합니다. 부디 모든 성도님들께서도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 하신 주님의 말씀대로 꼭 참된 안식과 쉼이 있는 여유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7월 첫 주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