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관 목사

 

우리 모두는 선교에 빚진 사람들입니다! 130여년전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동방의 작은 나라 조선에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품고 복음을 들고 왔던 선교사님들이 있었기에, 온갖 박해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명을 던져 생명의 복음을 전했던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여기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땅에 입국한 최초의 공식 선교사 알렌(Horace N. Allen, 1858~1932)은 언더우드나 아펜젤러선교사보다 한 해 먼저 1884년 9월 20일 제물포 항으로 들어 왔습니다. 미국 의사로서 중국에 의료선교를 위해 파송을 받았지만 하나님의 섭리로 그는 조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하나님의 뜨거운 부르심을 느끼며 미국선교부에 편지를 보냈습니다: “나의 조선 입국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렇지 않는다면 나는 단신으로라도 들어가겠습니다.” 주한미국공사관의 공의로 조선에 들어온 알렌은 그해 12월 김옥균 등 개화파가 일으킨 갑신정변으로 치명상을 입고 죽어가던 민영익을 간절한 기도와 서양의술로 최선을 다해 치료했고, 그 결과 고종 왕실의 절대적 신임을 받게 되었습니다. 민영익이 생명의 은인인 알렌에게 준 십만냥은 우리나라 최초의 병원인 광혜원(후에 제중원, 세브란스병원의 전신)을 설립하는 기초가 되었고, 이렇게 알렌을 통해 열린 선교의 길을 통해 언더우드와 아펜젤러 등 많은 선교사들이 뒤를 이어 이 땅에 생명의 역사를 이루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길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선두교회제자대학은 졸업생들의 졸업여행에 꼭 양화진을 방문합니다. 그곳은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우리 민족을 살리기 위해 이 땅에 피를 뿌린 고귀한 선교사님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콜레라와 풍토병에 걸린 이들을 치료하다가 희생된 이들의 무덤, 갓 태어난 어린아기의 무덤, 4대에 걸친 온 가족의 무덤... 묘비마다 눈물어린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130여년 전 가난과 질병과 신분차별과 정쟁으로, 그리고 온갖 미신과 우상숭배와 술·담배로 소망 없이 살던 이 민족, 강대국들의 앞선 힘 앞에 자신조차 지킬 수 없었던 이 나라를 위해, 저들은 자신의 생명을 내어주었고 대를 이어 사랑하는 가족들을 묻었습니다. “이 민족을 얽어맨 사슬을 끊으사 하나님의 자녀로서의 자유와 빛을 누리게 하소서!”
 오늘 우리 한국 사회와 교회가 누리고 있는 모든 축복들은 그들의 그 생명을 건 간절한 기도와 헌신의 열매들입니다. 우리는 다 그들의 선교, 그들의 기도와 희생에 빚을 진 사람들입니다. 그 선교사님들의 뒤에는 그들이 온 삶을 다해 이 땅을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와 물질로 후원했던 본국의 교회들과 성도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왜 그들의 가슴이 조선이라는 생면부지의 나라를 위해 뜨거워졌는지, 한 처녀의 마음 속에 “만일 내게 1,000개의 생명이 있다면 나는 그 모두를 조선을 위해 바치겠노라”는 열망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들이 미국과 캐나다와 호주의 그 빛나는 대학 졸업장과 안락한 삶을 다 포기하고 더럽고 비위생적이고 무례하고 불편한 이 땅을 왜 선택했는지, 그리고 자신만을 위해 사용해도 부족한 물질을 아무 상관없는 이들을 위해 힘을 다해 쏟아 부어 후원할 수 있었는지, 오직 그 일을 이루신 하나님만이 아실 것입니다!
 감사한 것은 지금 이 땅에도 세계 곳곳에서 그 뜨거운 마음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 선교사들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여전히 130여년 전의 조선 땅과 같은 곳들, 시에라리온, 보츠와나, 토고, 차드, 잠비아 등 이름조차 생소한 아프리카의 나라들과 거대한 밀림 속에 파묻혀 있는 미전도 종족들을 위해서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생명을 걸고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 이 땅의 편안하고 보장된 삶을 포기한 채 박해와 고생과 외로움을 이기고 가야 할 그 길에 어린 자녀들까지 함께 데리고 헌신하는 그들...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선교에 빚진 자들입니다! “내가 복음을 전할지라도 자랑할 것이 없음은 내가 부득불 할 일임이라 만일 복음을 전하지 아니하면 내게 화가 있을 것이로다”(고린도전서9:16). 내가 구원받은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그것에 감사하며 그 은혜를 누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아직 구원받지 못한 이들을 위한 선교와 전도의 삶에 빚진 자의 심정으로 함께 해야 합니다. 선두교회는 이 복음을 이웃에게 전하는 일에 열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오늘 선교축제를 통해 “예루살렘과 온 유대”를 넘어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나아가는 선교적 교회로 든든히 설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선교사님들이 선교의 최전방에서 생명을 걸고 나아갈 수 있기 위해서는 후방에 있는 우리들의 전적인 기도와 후원이 필요합니다. 내가 직접 “가는 선교사”가 될 수 없다면 누군가를 “보내는 선교사”가 되어야 합니다. 선교는 선교사와 교회가 함께 이루어 가야 할 사명입니다. 바로 내가 해야 할 사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