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어서는 안되는 역사”

담임목사 곽수관

유대인 대학살 추모관의 이름은 ‘야드 바쉠(Yad Vashem)’입니다. “잊지 말라(Never Forget!)”이라는 뜻입니다. 예루살렘에 있는 추모관 입구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독일 나치에 의해 유대인 600만명이 가스실에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가해자였던 독일은 전범들을 색출하여 감옥에 보내고 그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는 대로 백배사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지금도 “야드 바쉠”을 외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상 그 어느 민족보다 더욱 잊지 말아야 할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군 피해 608,033명, 유엔군 피해 545,908명, 민간인 피해 990,968명(약23만명의 부상자를 외에는 모두 사망, 실종, 납치)... 거기에 북한군 피해자 791,000명과 그 숫자마저 알 수 없는 북녘 동포들... 1950년 6월부터 1953년 7월까지 3년 1개월에 걸친 한국전쟁으로 이 땅에 피를 쏟은 숫자입니다. [자료근거: 한국전쟁 피해 통계집(국방군사연구소, 1996)] 어디 그들만의 고통입니까? 지금까지도 상처와 그리움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가족들과 친지들은 또 얼마이겠습니까? 피 다른 민족과의 전쟁도 아닌 동족상잔의 비극이었기에 더욱 부끄럽고 안타까운 역사입니다. 온 국토는 폐허가 되었고 38선만 휴전선으로 바뀌었을 뿐 모두가 패자일 수 밖에 없었던 역사입니다.

“적을 용서하라. 그러나, 그 이름은 절대 잊지 말라 (Forgive your enemies, but never forget their names.)”고 했던 사람은 미국의 35대(1961~1963) 대통령 존 케네디(John F. Kennedy)였습니다. 용서할지라도 잊지 말아야 다시는 그 부끄러운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 여러분,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 묻지 말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세계의 시민 여러분, 미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베풀 것인지 묻지 말고, 우리 모두가 손잡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최연소(43세) 대통령이 된 그는 취임 연설에서 국가와 인류에 대한 각자의 책임을 강조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는 잊지 말아야 할 지난 역사를 다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종전이 아닌 “휴전선”을 마주한 채 코 앞에서 끊임없이 핵과 미사일로 “불바다”를 위협하며 노려보고 있는 적이 있다는 사실을, 1시간 거리도 안되는 바다에서는 독도를 자기 땅이라 우기며 과거의 침략을 미화하면서 다시 전쟁 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할 또 다른 적이 있다는 사실을...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힘을 모아 대비해도 힘겨운 적들인데 우리는 적진 앞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헐뜯고 싸우기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내가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까를 생각하기보다 국가가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어야 한다고 요구하는 데 익숙해져 있습니다. 조국의 발전과 평화 통일, 그리고 인류의 자유를 생각하기보다는 나 자신의 이익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양보와 인내와 감사와 배려보다는 늘 불평과 원망과 비판이 가득 한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행복한 세상>은 잊어서는 안되는 역사를 다시 기억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65년의 세월이 지나갔어도 6·25를 잊어서는 안됩니다. 공산주의와 일본의 침략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가난하고 굶주리던 시절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야드 바쉠”(Yad Vashem)! 내가 잊지 말고 기억해야 할 것을 찾아보십시오!

※ 본 칼럼은 곽수관목사의 <해피월드> 6월호 칼럼에서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