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선택
담임목사 곽수관
미국이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미국 국내 언론들은 물론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의 예상을 깨고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만70세)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온 세계가 일시 패닉 상태에 빠진 듯 했지만 역시 세계의 운전대를 잡고 가는 사람들은 달랐습니다. 실제 득표수는 오히려 23만표나 앞섰지만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때문에 대통령의 꿈을 포기해야 했던 힐러리는, 즉각 결과에 승복하고 트럼프 당선자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며 그를 “우리의 대통령”이라고 높였습니다. 힐러리를 응원하며 트럼프를 맹공격했던 오바마 대통령도 곧바로 트럼프를 자신의 뒤를 이을 대통령으로 “우리는 한 팀”이라고 인정했습니다. 트럼프는 자신은 자신을 지지했던 사람들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모든 사람에게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이제는 분열과 갈등을 끝내고 모두 함께 위대한 미국을 세워나가자고 모두를 끌어안았습니다.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며, 한국과 미국의 안전을 위해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한국과 세계 각국의 불안을 잠재우며 세계의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였습니다.
트럼프는 미국 240년 역사상 국가의 공직 경험이나 정치 경력, 군 경력이 전혀 없는 정치의 “아웃사이더(Outsider)”로서 미국의 대통령이 된 최초의 사람입니다. 유세 기간 중에 거침없는 막말과 부끄러운 스캔들 때문에 후보 자격이 의심스러웠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미국은 대통령의 부인으로 8년간 백악관의 여주인이었으며 백악관을 나온 후에도 직접 4년 동안이나 국무장관을 지냈던 힐러리 대신, 그런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민주당 힐러리가 오바마를 이어 끌고 나갈 안정된 미국보다는, “다시 위대한 미국(Make America Great Again!)”을 외치며 기존 정치의 틀을 파격적으로 흔들며 등장한 트럼프에게 환호했습니다. 미국인들이 더 원했던 것은 안정보다 변화였습니다. 신대륙을 찾아 대서양을 건넜던 청교도들의 후예들, 자신의 나라를 떠나 힘겨운 이민의 땅에 모여든 오늘의 미국인들은, 별로 희망이 보이지 않는 답답한 안정보다는 새로운 미국을 향해 모험적인 지도자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변화는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위대한 개척정신(Frontier Spirit)이요, 새로운 희망--사실은 오랜 “미국의 꿈”(American Dream)--을 향한 결단이기도 합니다.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인들을 경제적인 시각으로 보면 그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혹은 신고립주의에 표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국민들부터 살기가 힘들고 일자리가 없는데, 세계의 경찰로서, 또 세계의 큰 집 노릇을 하느라 여기저기를 지원하고 돕는 일에 이젠 지쳤다는 것입니다. 이젠 우리 국민부터 잘 살게 해 주고 “위대한 미국(Great America)”을 건설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겠다는 트럼프의 약속에 환호한 미국의 선택은, 어쩌면 매우 이기적이고, 결국은 지금까지 힘써 지켜 왔던 세계의 리더십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기에, 세계가 우려의 눈으로 지켜보게 됩니다. 미국 내에서도 벌써부터 이민자들의 걱정은 트럼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반발 데모로 나타나고, 심지어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미연방 탈퇴까지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과 특별한 안보 협력과 경제적 관계 속에 있는 우리 한국으로서는 지혜로운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당선은 다른 측면에서는 미국이 그동안의 민주당의 “어긋난 진보”보다는 미국 고유의 보수적 가치와 기독교 정신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민주당의 친이슬람 정책이나 동성애 옹호 입장은 지난 8년 동안 미국의 전통적인 기독교적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켜 세속화를 가속시켰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미국의 백인 기독교인들의 80% 이상이 트럼프를 지지하여 트럼프 당선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트럼프의 개인적인 스캔들과 인격적인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더 이상 진보성향의 민주당에게 미국을 맡길 수 없다는 생각일 것입니다. 혹자는 트럼프는 “썩은 사과”이지만 힐러리는 “독 사과”라고 표현했습니다. 결국 대통령 개인의 도덕성과 인격보다는 그의 정책적 노선과 사회에 끼칠 가치관을 더 중요하게 붙잡은 것입니다.
그동안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의 친이슬람, 친동성애의 진보적 입장은 우리 한국에도 이슬람과 동성애에 대해서 빗장을 열도록 하는 큰 압력으로 작용해 왔습니다. 간통죄는 이미 위헌으로 판결이 나서 폐지되었고, 지금 우리 국회에는 동성애를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것을 인권탄압과 같은 죄악으로 처벌하려는 법, 학교에서 동성애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거나 군대에서도 동성애를 허용하려는 법 등이 통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 미국의 선택이 파도처럼 힘을 내어 밀려오는 이 시대의 세속화와 죄악의 검은 물결을 저지하는 새로운 변화의 기회가 되기를 함께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