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월드 2010-05>

아~ 천안함

곽수관 목사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했던가요? 지난 3월 26일 밤 침몰된 천안함-- 우리는 4월 한 달을 그 당혹스러움과 슬픔과 분노로 지냈습니다. 46명의 꽃다운 아들들을 바다 속에 묻어둔 채 눈물만 흘려야 했습니다. 평온하던 그날 밤, 그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순식간에 수장되고 말았습니다. 그 젊음들을 제대로 지켜 주지 못한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하고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나라를 지키다 간 자랑스런 우리의 용사들에게 온 국민들과 함께 조의를 표하며, 사랑스런 아들과 남편을 가슴에 묻은 유가족들에게 하나님의 위로가 함께 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사건의 경위와 침몰 원인에 대하여 그동안 수많은 의견들이 제시되었지만, 선미와 선수를 조사해 온 합동조사단은 외부의 공격에 의한 침몰로 거의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누구에 의한 짓인지 심증은 확실하지만 물증을 찾아내기까지는 아무도 함부로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간은 결국 진실을 밝혀낸다는 진리를 우리는 압니다. 그때까지는 분노와 흥분을 가라앉히며 지도자들의 지혜로운 대책을 기다립니다. 이런 위기의 때를 위해 지도자들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살던 2001년 9월 11일 아침 9시경부터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110층 쌍둥이 건물들과 워싱턴의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이 이슬람 과격주의 테러분자들이 납치한 4대의 민간 항공기에 의해 무참하게 무너져 내렸던 911사건을 생생하게 목격했습니다.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은 첫 사건 직후인 9시 31분 곧바로 “미국에 대한 명백한 테러 공격”임을 천명했고, 정부 주요 건물을 폐쇄하고 대피령을 내렸으며 다음 날 테러분자들에 대한 사전 경고 없는 보복을 선언하였습니다. 3500여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갔던 끔찍한 911 사건 속에서 온 국민이 “우리는 하나”(United We Stand!)임을 외치며 슬픔을 위로하고 위기를 극복해가는 모습은 감동적이었습니다. 천안함 사건은 우리에게 냉정한 우리의 현실을 다시 깨닫게 해 주고 있습니다. 끝나지 않은 전쟁의 현장,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어뢰와 미사일이 조준된 현장에서 우리는 매일 살고 있습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잠시 잊었던 그 현실을 깨우쳐 준 사건입니다.

그것은 우리 인생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뜻하지 않은 신종 플루, 암 같은 질병이나 언제라도 마주칠 수 있는 교통사고 같은 것으로도 우리의 인생은 침몰할 수 있습니다. 가정도 사업도 항상 동일한 현실 속에 있습니다. 인간의 행복을 시기하는 악의 세력은 북한이나 테러분자들만이 아닙니다. 골드만 삭스나 리먼 브라더스 등의 버블제트도 우리가 탄 배를 침몰시킬 수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이 살아있는 곳에는 언제든지 행복한 세상을 파괴하는 사탄의 활동이 있습니다.

천안함 사태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겠지만, 사탄(악)의 존재가 있는 한 최선의 대책은 우리가 정신을 차리고 깨어 있는 것입니다. 가족들이 하나 되고, 교회가 하나 되고, 국민들이 하나 되어야 사탄에게 틈을 주지 않습니다. “만약에 북한과 미국이 전쟁을 하게 된다면 한국의 국민들은 어느 편에 서게 될 것인가?”-- 외국에 사는 동포들이 늘 염려하는 남한의 내부 분열 상황이 이번 천안함 사건을 통해 “우리도 하나”(United We Stand)라는 외침으로 모아질 수 있다면 전화위복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군대가 좀더 긴장하여 국방을 튼튼히 하고 군기를 바로 세움으로 더 큰 위기를 예방할 수 있다면, 경제적 풍요 속에 긴장감을 잃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마음과 삶을 조아려 겸손히 하나님 앞에 무릎 꿇을 수 있다면, 우리의 슬픔은 도리어 더 행복한 세상으로 가는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