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월드 2010-06>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

곽수관 목사

6월은 여러 모로 나라와 민족을 생각하는 달입니다. 6월 2일의 지방 선거로 한동안 나라가 떠들썩 했습니다. 1년 내내 그토록 지역 사회와 나라를 염려하고 헌신하는 지도자들이 거리마다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6월 6일 현충일은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희생되신 순국선열들을 기억하는 날입니다. 올해의 6월 25일은 6·25사변 60주년을 맞는 날입니다. 천안함의 상처와 고통 속에서 맞는 6월은 더욱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뜨겁게 합니다.

종교와 정치는 분리되는 것이 건강한 사회이겠지만, 기독교와 나라 사랑은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이어지며, 그것은 곧 기독교 신앙이 개인과 가정만이 아니라 사회와 나라라는 공동체를 품지 않을 수 없음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애국자들이었습니다. 기독교가 유대인들의 민족 종교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오늘날 기독교가 세계 인구 3분의 1을 넘는 세계 종교가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기독교는 민족주의의 벽을 뛰어넘는 더 높은 가치를 추구합니다. 로마의 식민 통치를 받던 소수 민족이었던 유대인들로부터 시작된 십자가의 복음 운동은 결국 로마 제국을 정복하고 땅끝까지 전파되었습니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유대인들만의 하나님이 아니며, 믿는 신자들만의 하나님도 아닙니다. 세상과 우주를 창조하신 창조의 하나님, 온 인류의 역사와 개개인의 인생을 주관하시는 역사의 하나님입니다.

크리스천은 이중 국적자들입니다. 하늘에 속한 백성들이지만, 동시에 이 세상, 이 나라에 보냄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이 나라를 사랑하고 섬기면서, 이 나라가 하나님의 자유-평화-공의-사랑의 나라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에는 금식하며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하며, 우리의 죄와 부족함을 하나님께 고백하며 하나님의 자비와 은혜를 간구합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 누리는 축복이 새벽마다 하나님께 부르짖는 성도들의 기도로 하나님이 주신 것임을 믿습니다.

천안함 사태로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가 감돌고 있습니다. 6·25와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인생도, 가정도, 공동체도,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가 있다면 위기는 큰 축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천안함 참사와 46명의 젊은 생명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유일한 비결은 그 슬픔과 고통이 나라의 발전을 위한 기회가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지난번 천안함 희생자들의 추모 주간에 한 고등학생이 “나는 처음으로 나라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연예인들을 우상으로 삼고 게임과 컴퓨터에 물든 세속적 개인주의자들이라 생각했던 우리의 자녀들의 가슴 속에 조국과 나라의 의미를 생생하게 깨닫게 해 주었다면, 전보다 풍요해진 삶에 취하여 이기적인 욕망과 세속적인 향락에 취해 있던 어른들의 가슴 속에 더 큰 가치인 나라와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마음을 심을 수 있었다면, 그들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이념과 색깔로 첨예한 갈등과 대립 속에 있던 국민들의 마음이 공동의 적 앞에서 서로를 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다면, 당파 싸움식 소모적인 정쟁으로 얼룩진 지도자들이 위기에 처한 나라의 안보와 미래를 위해 사심없이 함께 달려갈 수 있다면, 개인적인 축복과 개교회 성장만을 위해 기도하던 성도들이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할 수 있게 된다면, 혹시라도 시간 때우기식 안일함과 자만에 빠져 있던 우리 국군이 강력한 군인 정신과 훈련과 장비로 무장된 최고의 군대로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위기는 더 큰 축복이 될 수 있습니다. 6·25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 하나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지혜를 우리에게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