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목장 칼럼> 곽수관 목사
고향을 찾는 사람들
올해도 변함없이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물결이 고속도로를 가득 메웠습니다. 한 주간 이상 길어진 추석 연휴 때문에 길이 훨씬 덜 복잡하리라 예상했었지만 오히려 다른 해보다 더 힘들었다고 합니다. 물론 추석 연휴를 이용해 여행을 즐긴 사람들도 있었지만 명절 때마다 고향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습니다.
고향은 우리 인생의 뿌리요, 마음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깊은 보금자리요, 지치고 상한 나그네의 발길을 쉼과 회복으로 이끄는 치유의 장소입니다. 부모님이 계시고 형제가 모일 수 있고, 어린 시절의 추억이 깃든 그리운 곳입니다. 다른 때는 바빠서 마음뿐이지만 명절만이라도 그 땅을 밟고 와야만 또 다시 치열한 세상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몇 시간이 걸려서라도 어떤 고생을 하면서라도 가야만 한다고 느끼는 땅입니다.
누군가는 우리 민족의 이러한 열정을 연어의 귀소(회귀) 본능으로 비유를 했습니다. 연어는 가을철에 강에서 태어납니다. 하지만 겨울을 지나는 동안 25cm 정도 자라면 곧장 먼 여행을 준비합니다. 강 하류에서 짜고 춥고 거친 바다 생활을 위한 체질과 체형 변화 등이 이루어지면 한없이 넓은 바다로 헤엄쳐 나가 4년 정도 생활하면서 뼈가 굵어지고 강한 몸이 됩니다. 그러다가 그는 신비하게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찾아 돌아와 그곳에 알을 낳고 그 생명을 지키다가 일생을 마치게 됩니다.
무엇이 연어로 하여금 다시 고향을 찾게 하는지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대체로 바다로 나가기 전에 익힌 고향의 냄새를 기억하고 있다가 바다 어느 곳에 있더라도 산란기가 되면 그 냄새를 찾아 자기가 태어난 고향으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짖궂은 어류학자들이 미시시피 강에 산란하러 올라온 연어를 잡아다가 원래 연어가 살지 않았던 나이아가라 폭포 위쪽에서 알을 낳게 했습니다. 연어는 자라면서 폭포를 타고 넓은 대서양으로 헤엄쳐 나가 세계를 돌아다니다가 다시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았습니다. 그들은 줄기차게 쏟아지는 폭포를 차고 거슬러 오르기 위해 많은 실패를 거듭하며 온 몸이 멍들고 아가미가 찢겨졌지만 결국은 자신의 고향을 찾아 알을 낳고 일생을 마쳤다고 합니다.
“연어의 꿈”이 젊은 날 머나먼 미지의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것인지, 나이 들어 어떻게든 자신의 고향에 다시 돌아오는 것인지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요. 삶의 지향점이 과거인가 미래인가의 차이일 것입니다. 나의 꿈은 과연 어디에 있습니까?
유월절(광복절), 오순절(맥추감사절), 장막절(추수감사절)은 유대인들의 3대 절기입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명절을 맞을 때마다 자신의 태어난 고향이 아닌 예루살렘을 찾아 순례의 길을 떠납니다. 성전 여호와 앞에서 축제를 보내기 위해서입니다. 아브라함과 그의 후손들은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을 붙잡고, 하나님께 인생을 걸고 미지의 땅을 향해 나선 사람들입니다.
그들의 인생은 과거가 아닌 미래에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떠나온 고향”이 아닌 “가야 할 본향”을 향해 살아가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나온 바 본향을 생각하였더라면 돌아갈 기회가 있었으려니와 그들이 이제는 더 나은 본향을 사모하니 곧 하늘에 있는 것이라. 이러므로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라 일컬음 받으심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시고 그들을 위하여 한 성을 예비하셨느니라” (히11:15-16). 이것이 이 땅을 “외국인과 나그네”로 살아가는 성도의 삶입니다. 맨주먹으로 북녘 땅을 떠나온 실향민들이 일반적으로 더 강력한 삶의 의지와 신앙생활의 열정을 보이는 것은, 떠나온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조차도 새로운 미래를 세워나가는 데에 모으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고향을 찾았던 마음을 다시 하늘의 본향을 찾는 마음으로 바꾸어야 할 때입니다. 사실은 그곳이 우리 인생이 찾아야 할 더 근본적인 영혼의 본향이기 때문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거슬러 올라가려는 열정, 비바람이 갈 길을 가로막는 어떤 상황이라도 그 길을 막을 수 없는 열정으로, 저 높은 하늘의 길을 향해 나아가기 원합니다. 순식간에 쌀쌀해진 이 가을에 기도생활과 말씀을 사모하는 뜨거운 불씨를 일으키십시오. 우리는 모두 하늘의 고향을 찾는 사람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