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동산 목회 칼럼 2011-01-30>                                                      곽수관 목사

설날

이번 주간은 민족의 큰 명절 설날 연휴가 있습니다. 이미 고향으로 내려가신 분들도, 또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벌써 달려가고 있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설에도 성도 여러분들의 가정마다 기쁨과 감사와 행복한 만남의 축복이 넘치시기를, 무엇보다도 하나님께서 주시는 은혜와 사랑이 풍성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몇 년 전까지도 신정과 구정으로 설을 이중으로 지키는 것에 대해 논란이 많았지만 이제는 추석과 함께 민족의 명절로 굳게 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조상들에게 차례상을 차리고 제사를 지내는 일로 매우 중요한 날인데, 우리 성도들은 설날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요?

민족의 전통적인 것들을 다 비기독교적인 것으로 여겨서 거부하거나 외면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전통 속에는 문화적인 요소와 우상숭배의 종교적 요소가 뒤섞여 있긴 하지만, 복음은 우리의 전통과 문화적 유산 자체를 부정할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우리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살아계셨던 하나님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고 재해석하거나, 복음에 합당한 모습으로 변혁시켜야 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더구나 우리의 친지들과 이웃들을 주님께로 인도해야 할 선교적 관점에서 본다면 명절이야말로 그들에게 복음의 축복을 전하고 보여줄 매우 좋은 기회이기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우선 이번 명절을 적극적으로 그들과 함께 하는 기쁨과 즐거움, 행복한 만남의 기회로 만드십시오. 떨어져 살던 부모와 형제들과의 만남을 회피하기보다 오히려 하나님이 사용하길 기회로 만드십시오. 서먹하던 관계나 불편한 관계를 풀고 교류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십시오. 방어적인 입장이나 수동적인 자세보다 도리어 적극적으로 그들을 사모하고 축복하고 가까이 하는 기회가 되게 하십시오. 우리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도 복음을 전하고 그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기도하면서 관계 맺기로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물며 우리와 피로 맺어진 그들은 우리의 1차적인 책임입니다. 주님의 약속을 신뢰하십시오: “이르되 주 예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와 네 집이 구원을 받으리라("Believe in the Lord Jesus, and you will be saved -- you and your household.") 하고”(행16:31). 주님이 나를 구원하신 것은 나 혼자만의 구원을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 전체의 구원을 원하신 것임을 잊지 마십시오. 어떻게든 그들을 주께로 인도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딤전5:8).

제사 문제는 불신 가정에서 신앙 생활을 하는 성도님들에게는 명절마다 겪는 큰 시련입니다. 제사는 단순한 조상 공경이 아니라, 세상을 떠나간 조상들이 신이 되어 후손들의 생사화복을 주관한다는 미신적인 신앙에서 출발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어려워도 풍성한 음식을 장만하고 조상의 신위(神位)를 모시고 그 귀신이 와서 음식을 드시고 제사를 받으시도록 한밤중에 올려 드렸습니다. 한국에 복음을 전했던 개신교 선교사들은 이러한 풍속이 분명한 우상숭배라고 판단했습니다. 제사의 대상이 무엇이든 실제로는 그런 신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사람이 죽었다고 신이 될 수는 없습니다) 결국 그 배후의 사탄과 귀신들을 예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릇 이방인이 제사하는 것은 귀신에게 하는 것이요 하나님께 제사하는 것이 아니니 나는 너희가 귀신과 교제하는 자가 되기를 원하지 아니하노라”(고전10:20). 점차 미신적·종교적 의미가 희박해지고 단지 부모 공경의 풍속으로 바뀌어가는 것은 다행스러운 모습니다.

우리는 제사에 대하여 부모에 대한 공경심의 거부가 아니라 유일하신 하나님을 믿는 성도로서 조상을 신으로 제사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되, 우상숭배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선에서는 자녀로서의 책임에 다른 사람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가족들에 대한 우리의 사랑과 헌신, 돌아가신 조상들에 대한 우리의 공경심에 대해서는 의심을 받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그들의 마음을 열어 예수님 안에 있는 우리의 축복과 영원한 나라를 위한 소망을 그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정에 역사하는 사탄의 권세를 걷어내고 그들의 마음을 열어 하나님께로 나아가게 하는 일은 영적 전쟁이요, 많은 기도와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주님이 우리를 그들의 구원과 축복을 위한 통로로 세우셨기 때문입니다.